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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공생의 도시재생 - 대전 원도심 공실률과 해결사례

미아스마 2022. 12. 5.

으능정이 거리 앞, 1층 상가가 비어있다


협력과 공생의 도시재생

1. 도시재생의 핵심은 ‘다시 살려낸다’에 있다. 과거 재개발이 모든 것을 부수고 그 위에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도시재생의 핵심 아젠다가 국가가 아닌 민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앙이 아닌 로컬로 이동했음을 말한다.

 

2. 하지만 아직 이런 도시재생의 진정한 의미를 파헤치고, 이와 관련된 사회혁신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적은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인식이다. 도시재생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재개발과 겹쳐 생각하게 된다. 규모가 크고,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온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인식은 현재의 도시재생에까지 영향을 끼쳐 땅 주인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다.

 

대흥동성당 옆 상가들, 2층이 공실이다


3.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대전의 원도심, 으능정이로 불리는 대흥동과 은행동 일대이다.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활용하기 좋은 도시재생 자원들이 한곳에 머물러있다는 점은 대전시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하고자 했던 원동력이 된다.

 

4. 대전역-으능정이 거리-(옛)충남도청-관사촌-테미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도 유동인구가 많다. 불금이라고 불리는 금요일 저녁, 토요일 낮부터 저녁까지 으능정이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을 찾는 계층도 다양하다. 10대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지난다. 이런 유동인구로 보았을 때 상식적으로 은행동의 건물에는 빈 공간이 없어야 맞다.

 


5. 하지만 원도심의 공실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의 공실률 통계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주 용도가 상가이고 3층 이상인 중대형상가의 경우 19년 4분기 공실률을 20.97%를 기록했다. 이는 10개의 공간 중 2곳이 비어있다는 이야기다. 17년 2분기 11.41%로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한 지 3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

6. 임대료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실률이 올라갔던 시기의 임대료는 2013~2016년보다 낮은 평균치로 영향은 미미하다. 다른 곳은 어떨까? 둔산의 경우 공실률이 9.07%로 원도심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복합터미널도 9.96%,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유성온천역 주변도 15.49%로 원도심보다 낮았다.

 


7. 실제로 거리를 돌아다니면 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1층은 그나마 공실이 적은 편인데 2층부터는 공실이 늘어난다. 3층은 말할 것도 없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1층 포함 2층까지 거느리지 않는 이상 공실들이 눈에 띈다.

 

8. 우리는 공실 문제에 도시재생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생이 필요하다. 상가 주인들과 청년 창업가들의 공생을 통해 오랫동안 비어있는 공실을 되살리는 것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이들을 엮어주는 것이다.

9. 건물주와 청년 창업가/예비 창업가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건물주는 그동안 수익이 생기지 않았던 공실에서 ‘수익공유형 임대계약’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낡았던 공실도 리모델링되어 이득을 보며, 청년 창업가들은 비싸서 들어오지 못했던 원도심에 사업공간을 마련하고, 여유롭게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 지자체는 오랫동안 방치된 공실들을 흉물로 남겨두지 않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0. 도시재생은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다. 서로 공생하며 함께 가꾸는 것에 가깝다. 공실 문제는 접근하기 쉬운 문제로 건물주의 협조와 지자체의 관심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적극적으로 빈공간들을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고 그 범위는 조그마해도 괜찮다. 하나의 재생을 통해 여러 곳이 영향받는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도시재생이다. 우리가 알던 흔한 개발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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