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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매출액 증가와 '수제맥주라는 이름뿐인 수제맥주'의 양산 그 사이에서 - 정말 수제맥주 전성시대가 열린 것일까?

미아스마 2022. 12. 5.

ⓒ 세븐일레븐


양적 성장 VS 질적 성장

요즘 편의점 맥주칸에 가보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맥주들이 많아졌다.

진라거, 유동골뱅이맥주, 아맛나맥주, 맥BTI, 치얼스 등등 너무 많은 국내수제맥주가 나와서 언급하기도 어렵다. 조사를 해보니 최근 2년간 위와 같은 수제맥주는 무려 100종이나 새롭게 출시되었다.

당연히 이렇게 신상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잘 팔린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수제맥주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매출액은 1,520억으로 지난해보다 약 400억이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업체는 적자이기 때문이다. 수제맥주 업체 중 가장 큰 제주맥주도 누적손실이 무려 324억원이다. 아무래도 4캔에 만원에 이벤트에 맞추다 보니 맥주의 단가를 낮출 수 밖에 없고, 그와 함께 순이익도 낮아진다.

단가가 낮아진 맥주는 좋은 맥아나 홉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크래프트 맥주의 장점인 독특한 맛과 독창성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맛에서 차별점을 잡지 못한 맥주는 편의점에서 사라진다. 씨유에서 2020~2022년 사이 등장한 수제맥주는 총 26종이지만 살아남은 맥주는 고작 14종에 불과하다.

 

여러 수제 맥주들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수제 맥주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을 하는 이유는 주세법 개정 때문이다.

본래 맥주는 출고가의 72%를 주세로 부과했는데 2020년부터는 리터(L)당 834.4원 종량제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는 소규모 양조장이 대형 공장에 수제맥주를 위탁생산(OEM)도 허용되었다.

 

이러한 법 개정은 롯데칠성의 국내 맥주 매출액 936억원 중 무려 300억원이 OEM 매출로 잡히는 상황에 이른다. 롯데칠성 충주 공장이 바로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 등의 유명 수제맥주 회사의 OEM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수제맥주'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소규모 양조장의 특색있는 수제맥주 대신에 대기업 공장에서 생산된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들이 수제맥주의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결국 맛에서 특색을 잡지 못하니 알 수 없는 콜라보들이 늘어났다. 맥주와 전혀 관련 없는 제품들과 콜라보하는 마케팅만이 남게 되었다. 그래도 많이 팔리면 좋은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 맥주를 만든 회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수제맥주 시장의 지속가능성은 망가지게 된다.


업계의 생각은?

① 한국수제맥주협회

"대기업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커졌지만 독창성은 사라져 가고 있다. 콜라보 제품은 맛의 다양성보다 디자인과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형태는 일종의 ‘굿즈’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형 브루어리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거나 물가연동제인 주세 부과 방식을 바꿔주는 등의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

 

② 제주맥주

 

"수제맥주 시장은 끝물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지만, 한국은 5%도 되지 않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

 

③ 소규모 브루어리 A

 

"4캔에 만원짜리 편의점용 수제맥주를 만들려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과연 수제맥주 특유의 맛을 내는 맥아나 홉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163개 업체 가운데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납품할 수 있는 초도물량 20만개를 맞출 시설이나 자본을 갖춘 곳은 10여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창성’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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